
(사진은 지난 월요일 거하게 먹은 한 끼)
최근 트위터에 철학 타령을 하다보니 부쩍 느끼는 게 있다. 내가 철학을 전공했다는 것에 대해서 종종 동경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. 솔직히 기쁘다기보다 조금 기분이 묘하다. 막상 내가 철학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 내 선택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.
엄마가 떨떠름하게 여긴 건 당연하고, 같은 학부 친구들은 (나는 자율전공으로 입학했었다) 대다수가 선택하는 다른 과에 가자고 날 끝까지 설득했다. 국문과 40명, 철학과 2명의 극단적인 비율만 봐도 내 상냥한 친구들이 이후 나의 외로운 학교생활을 얼마나 걱정했는지 잘 알 수 있다. 게다가 학교를 다닌지 4년째에도 타과생들에게 철학을 전공하면 나중에 뭘 하며 사느냐는 질문을 들어야했다. 나를 말리는 사람들의 주된 논리는 '철학은 조금 이상하다.' 밖에 없었다. 하지만 그게 가장 무서운 것이다.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.
많은 이가 내 선택에 반대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치열하게 철학을 선택한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. '철학 전공'이라는 한 줄 이력만으로 평가당하지 않기 위해 속부터 단단해져야했다. 마치 철학의 한 가지 논리가 완성되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. 다양한 비판을 접할 수록 논리는 빈틈없어진다. 파도가 험한 바다일 수록 등대가 높아지는 것처럼.
내가 철학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상황마다 그럴듯한 철학서 인용구를 대거나, 철학자를 연대별로 줄줄이 읊을 수 있는 것 따위가 아니다. 내가 시도하는 일의 정당성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,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오해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히 주관적으로 생각해보는 것. '너의 주관이 가장 강력한 객관이다.' 라는 철학교수님의 말을 현실에서 체험해 본 것... 그것이 가장 소중했다.
다시 생각해보면 '철학은 조금 이상하다.'라는 다른 사람들의 근거는 얼마나 허술한 편견이었던지. 철학이 우연처럼 내 삶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,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철학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. 그렇게 믿고보니 나의 다음 시도들에 대해서도 주저하거나 의심할 필요가 없더라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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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 동경을 표시하는 어떤 분들께서는... 제가 철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을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. 제가 철학을 만난 것을 저 스스로 행운으로 여기지 않았다면, 아무도 절 부러워하지 않았을 거예요. 쓰고나니 조심스러워지는데 부디, 부디 이 말이 거만하게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. 전 진심으로 여러분의 삶에는 이미 더 큰 행운이 주어져 있다고 믿어요. 자기 의지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고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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